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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관계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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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21 좋아요 4 2017-09-06

관계의 병(病) 예방법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지 말라

 

 

33세 여성이 1-2년 전부터 잦은 입병과 피로감, 체력 저하를 호소했습니다.
평소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곤 하던 이 환자는 승진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이 늘고 관계가 불편해지기 시작했으며, 또 주말이면 녹초가 되어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누워지낸다고 했습니다.  

업무 처리 능력이 우수했던 이 환자는 관리직이 되어 주로 아랫사람과 일을 함께 하기 시작하면서 온 몸이 아프고 소화가 잘 안된다거나 머리가 지끈거리는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일에 있어서만은 남들보다 탁월했던 환자는 일을 제대로 해 내지 못하는 부하직원에게 직접적으로 질타하는 일이 불편해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식으로 대처하면서 체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 중심인 사람과 ‘관계’ 중심인 사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하는 능력은 탁월한 반면 다른 사람과 일한 경험이 적었던 환자는 직장에서 부하직원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부하 직원과 함께 하는 일이 부담스럽다는 감정과 함께 여러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관계의 병은 그 원인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스스로의 대처 방식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몸의 증상으로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몸의 병 만으로 치부하게 되어 결국은 제2, 제3의 병을 불러온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사람 사이의 ‘관계의 병’을 예방하려면 우선 상대편이 나와 다른 남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살다 보면 가끔은 나 스스로도 내가 원하는 만큼 일을 못하는 경우가 있듯이 나와 전혀 다른 남과 함께 일을 하다보면 당연히 서로 적응할 때까지는 ‘Trial & Error’ 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나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과 일을 할 때는 상대방 입장에 맞추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고 자주 체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단계로는 일 진행에 있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그때그때 의사를 표현하고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끔은 ‘말 안 해도 한두 번 지켜보면 알겠지’ 하고 참고 말 없이 알아서 처리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알아서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결국 스스로 체력이 소진해 질병에 걸리기 쉬워질 뿐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감정 조절도 어려워져 갑자기 화를 내기 쉬워집니다. 또 상대방인 부하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상사가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화를 내는 것이니 ‘마른 하늘의 날벼락’ 이라 여길 것이고, 상사를 함께 일하기 어려운 사람이라 여기고 기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소한 일이라고 치부하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 습관이 반복되면 다음에 일어나는 아주 작은 문제에 대해서도 이전 사건이 선입견으로 작용하게 되어 격한 감정 반응을 일으키기 쉬워지므로 감정의 골이 커지기 전에 미리미리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관계의 병을 예방하는 지름길입니다.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인간 관계에 있어서는 작은 일도 표현함으로써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 은 피해보세요.  

 

글_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본 정보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