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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관계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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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16 좋아요 1 2017-09-20

불안한 감정의 기저에는 힘이 존재한다

 

 

이유 없이 불안하다면 체력이 바닥나 휴식이 필요하다고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

갑상선암 수술 후 건강관리를 받고 있는 한 33세 여성 환자는 젊은 나이에 일류 호텔 관리직을 맡아 바쁘긴 했지만, 주말에는 수영을 하는 등 건강관리도 꾸준히 하는 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암 발병 2~3년 전부터는 취미 생활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려고 노력해도 사소한 일로 주변 사람에게 짜증을 내거나 이유 없이 마음이 불안해지는 등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하루쯤 먹지 않거나 움직이지 않는다고 사망에 이르지는 않지만, 극심한 두려움 혹은 분노 같은 격한 감정 상태에서는 호흡과 심장이 멎어 죽음에 이르기도 하지요. 이런 점을 보면 질병이 질병이 없는 일반인의 건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감정을 어떻게 잘 조절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스트레스와 감정 조절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일반인들도 힐링을 위해 요가, 산행 등의 취미 활동을 통해 ‘마음 건강’을 챙기려 합니다.

 

그렇다면 위 환자의 경우, 스트레스 조절을 위해 꾸준히 취미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기복이 심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마음의 스트레스는 주변 환경 또는 성격에서만 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불안감이나 감정기복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질병이나 체력 소진 등 신체 내부의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몸이 편하고 체력이 좋을 때는 전혀 수고롭지 않은 손자 돌보기가 가끔은 이유 없이 귀찮아지고 짜증이 나는 어르신이 계실 겁니다. 의사인 저도 체력이 바닥나고 피곤한 날이면 출근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 내지 않고 오늘 업무를 잘 마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합니다. 가끔은 특별한 이유 없이 기분이 좋고 몸이 가벼운 날이 있기도 하고, 찌뿌둥하고 기분이 안 좋은 날이 있는 것도 바로 감정이 신체 상태를 표현하는 도구이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감정의 바닥에는 신체건강, 즉 체력이 받치고 있습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말이 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 몸의 장기가 잘 기능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몸이 편안하므로 ‘관용’을 베풀려고 합니다. 하지만 몸이 힘들어지면 비슷한 일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반응하며 짜증을 내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결국 체력이 떨어져 이유 없이 짜증이 나거나 평상시 잘 하던 일도 못 할 것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들며 불안한 상태가 반복되면, 암과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도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철마다 보약을 챙기는 것보다는, 먹고 움직이고 몸과 뇌가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힘의 균형을 잘 맞추어 평안한 감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질병 없이 건강하게 장수를 누릴 수 있습니다.

 

 

글_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본 정보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