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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관계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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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10 좋아요 3 2017-11-24

삶은 언제나 여기 현재에 있다

 

 

 

지금 여기 삶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온 종일 자신의 마음을 내어놓고 도움을 받길 원하는 타인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내담자의 삶은 과거의 잊지 못할 아픈 기억들과 별처럼 아름다운 추억들, 그리고 앞날에 대한 무거운 고민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를 만나러 오는 분들이 이끄는 삶의 돛단배는 시간선 위 과거 어딘가에, 혹은 미래의 시점 어딘가에 머무른 채 끝없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자신을 뼈아프게 괴롭혔던 과거의 트라우마, 그리고 제대로 풀릴 것 같지 않은 불안한 나의 미래, 누군가 내 가슴을 찌른 날카로운 말 한마디, 어디선가 만나게 될 것 같은 사람들의 차가운 눈빛. 삶을 흔드는 외풍은 이렇듯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우리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과거와 미래는 ‘기억’과 ‘생각’이라는 이름으로 의식 속에 끊임없이 끼어든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여기 삶의 한가운데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자꾸만 기억과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 그렇기 때문에 눈앞에서 환하게 웃는 어린 아이의 천진함. 하늘을 새하얗게 채색하는 첫눈의 눈부심, 사랑하는 이의 눈가에 글썽이는 눈물을 놓쳐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지금 느껴야 할 몸의 감각과 감정의 울림조차도 어느새 알아차림 속에서 멀어져 버린다. 당신의 과거와 미래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눈앞에 존재하는 ‘현재’에 장막을 드리우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착각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다 

 

 

 

심리학자이자 상담자로서 나의 역할은 오늘의 당신을 만든 기억과 생각을 존중하되, 지금 현재를 충실하게 살도록 돕는 것이다. 과거를 묻는 것은 해결되지 않은 지난 감정과 생각의 소용돌이에 묻혀 놓쳐버리는 현재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이다. 과거의 기억으로 얼룩진 당신의 안경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과정인 것이다. 무엇이 과거로부터 온 유산이고, 무엇이 지금 여기 현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맑은 시야로 볼 수 있게끔 말이다.

 

나를 마주한 당신에게 미래를 묻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딛고 일어서게끔 하는 과정이다. 불안한 미래를 상상하며 용기를 잃은 당신에게 희망이 있는 미래를 꿈꾸도록, 그래서 지금 현재를 놓치지 않고 살게끔 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렇다. 상담자인 나는 사람들이 현재를 충분히 알아차리며 살아가게끔. 그래서 기억과 관념 속으로 도망가지 않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삶을 마주하게끔 돕는 일을 한다. 알고 보면 과거도 미래도없기 때문에. 우리에겐 오직 현재뿐이기 때문에.

 

시간의 유한성이 만드는 삶의 가치와 의미
그런데 이 현재라는 것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죽음을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의 유한성으로 인해 모두들 각자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저마다 주어진 삶의 타이머를 들고 생의 트랙을 돌고 있다. 언젠가는 이 삶이 끝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불안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삶의 무게를 실감한다.

 

“당장 6개월 후에 죽는다면 무얼 하겠어?” 누군들 이 질문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신이 아닌 이상 6개월 후, 당신이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시간의 유한성과 죽음이 일으키는 불안, 그 불안 때문에 삶은 더 가치 있는 것이 된다. 그리고 자칫 허무해질지 모를 삶은 의미를 가진다.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게끔 말이다.

 

따라서 삶을 충실히 살아간다는 것은 지금 마주한 이 순간을 알아차린다는 것, 그리고 현재 밖에 없는 삶 속에서 이 알아차림의 순간이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다시 질문을 던질 차례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과거와 미래, 어딘가에서 표류하고 있는가.

 

 

글. 조영은

* 본 정보는 서울대학교병원BLOG에서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