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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관계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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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96 좋아요 3 2018-04-06

아빠가 양육에 참여하면 벌어지는 일

 

 

 

부모님의 양육에 대한 조언은 ‘어마가 양육의 중심’이라고 얘기 하듯, 대개 어머니에게 향합니다. 그럼 아빠는 양육의 ‘변두리’에 있을까요? 아래 글을 읽고 한 번쯤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빠의 양육 참여와 아이 발달
“아빠의 양육 참여는 아이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줄까?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부분이 놀랍게도 지능, 공부능력, 성적 향상입니다. 아빠로 인한 인지능력의 향상은 생후 6개월부터 나타난다고 합니다. 발달 검사를 했을 때 이 차이를 확인하게 되는데 아빠가 주는 자극에, 엄마가 주는 자극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무언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경우, 지능(IQ)은 물론 전반적인 성적도 좋아지고, 특히 수학성적이 좋아졌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아빠가 수학과목을 직접 가르치는 것과는 무관하게 아빠와의 놀이만으로도 수학에 대한 관심과 성적이 좋아진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논리적으로 말하는 기술, 즉 발표력이 좋아지며 호기심이 많아지고 호기심을 해결하려는 관심 – 결국 과학적 실험과 연관되는 영역도 좋아집니다. 예절과 태도도 더 좋고, 문제행동이 줄며, 아빠 참여가 높은 아이들의 경우 학교 생활을 더 즐기고 좋아하게 되어 정학이나 퇴학을 당하는 비율도 많이 줄어듭니다.

 

 

 

다음은 정서적 안정입니다. 정서 안정도 일찍이, 유치원 전부터 나타납니다. 아빠가 육아에 참여한 아이의 세 살 때 검사한 애착 검사를 보면 더 안정감 있는 애착형태를 보이는 것은 물론, 주변환경에 대한 탐색을 더 자신 있게 합니다. 초-중등학생의 경우는 자기 삶에 대한 만족감이 더 높고, 우울감은 덜하며, 스트레스와 불안감도 낮고 더 유쾌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적응과 신뢰, 우정에 대해서 더 성공적입니다.

 

그리고 친구관계입니다. 아빠와 관계가 좋은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고 친구를 사귀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친구관계를 처음 맺을 때 중요한 접근 기술 즉 얘기를 거는 법, 함께 노는 데에 끼는 기술, 얘기를 이어나가는 기술 등이 더 좋아집니다. 자신감 있고, 안정되어 있고, 만나서 노는 기술이 좋으면 사회성/친구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요? 형제-남매-자매 관계도 아빠 참여가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아빠가 양육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더 넓은 사회관계망을 가지고, 안정된 우정관계를 유지합니다. 놀랍게도, 아이 때나 어른 때 모두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빠의 육아 참여’였습니다.

 

아빠가 교육에 적극 참여한 아이들은 사이코패스적 행동을 보이는 비율이 현저히 낮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되며, 더불어 도덕성이 높은 아이-어른이 되는 데에도 아빠의 참여가 매우 긍정적이라는 보고도 여러 편 있습니다. 우리 시대가 가장 요구하는 인간상인 공감적이고 도덕관념이 높은 어른들은 어릴 적 아버지의 양육-교육 참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빠의 양육 참여가 중요하다는 또 하나의 반증은 어릴 때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내용의 반대상황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고 보면 됩니다. 안타깝게도, 아빠가 없는 어린 시절을 오랫동안 보낸 아이들은, 성적과 학습능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경우와 자신감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으며, 친구를 사귀는 능력과 사회적 관계를 확장시키는 데에 어려움을 갖는다고 합니다. 학창시절에 행동문제(무단결석, 폭력행동, 주의력문제, 교사와의 갈등)도 많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양육 참여, 아빠에게도 이롭다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 아이에게만 좋고, 아빠 자신에게는 희생일까요? 대개 아내의 불만과 불평에 의해서 육아에 마지못해 참여하는 아빠들의 경우, 특히 “이건 희생이야”라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양육에 참여할 경우 아빠가 얻는 이점도 만만치 않다는 연구보고가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점, 그건 바로 아빠들 자신이 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이 향상되며, 자신의 삶/인생에 대해서 더 만족스럽게 느끼게 되고, 공허감이 줄어들며, 여러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이 커지고 안정된 성격을 갖게 됩니다. ‘어린 아이 같은 아빠, 행동이 이기적인 아빠들’은 양육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병원이나 상담센터에 찾아 오는 엄마들이 호소하는 내용들을 보면 “애아빠가 정말 아이 같아요. 우리 집에는 우리 애들 두 명과 큰애(아빠를 지칭한다) 하나 이렇게 세 명의 어린애가 늘 나만 찾아요.”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 외에 재미있는 연구결과도 많습니다. 아이 양육에 책임감 있는 아빠가 교통사고도 적게 일으키고, 일찍 비명횡사할 확률도 낮아지며, 병원입원도 적게 하고, 신체적 건강도 훨씬 좋다는 결과입니다. 아빠들이여,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아이의 양육과 교육에 적극 참여하십시오. 아빠의 발언권을 찾으십시오. 가정 내에서 사랑스러운 아빠-남편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려면, 엄마(아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엄마가 피곤할 때 떠맡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책임 있는 양육자로서 아빠를 인정해주고 받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 처음 하는 육아의 서툰 면을 이해하고, 부드럽게 가르쳐야 합니다. 제대로 못한다고 타박하면, 아빠는 육아에 좌절하고 참여할 의지마저 꺽입니다. 잘 못해도, 이해해 주세요. 대신 ‘아이 아빠가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주자’ 이런 마음을 가지시면 참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해버리지 뭘 힘들게 가르치냐. 그게 더 힘들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초기 육아에 참여한 아빠가, 나중에 아이 교육에도 더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길게 보고, 적극적으로 도와서 아빠가 양육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시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부탁드립니다.”

 

글.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

 

* 본 정보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