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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관계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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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28 좋아요 18 2017-03-23

누가 먼저 내밀까
사과의 심리학

 


 

우리는 일반적으로 어떤 잘못을 했을 때 상대방에게 사과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대부분 받아들이고, 다시 사이 좋은 관계가 회복된다. 이것이 바로 집에서, 학교에서부터 배워온 사회적 통념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바로 관계주의적이고 심정주의적인 특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외국에서는 사과하는 행위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우리는 행위보다는 마음, 그 진의를 더욱 중요시 하기 때문에 사과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과가 필요한 것일까?  

 

 

 

사과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만약 어쩔 수 없이 사과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누가, 언제, 얼마나, 어떻게 사과를 청해야 할까?

친구가 빌려준 책을 잃어버렸다는 가정 하에 이때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그 친구에게 ‘나 있지, 실은 네가 접 때 빌려준 책을 잃어버렸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 그 책 너도 다 본 책이면 안 돌려줘도 되는 책이지? 없어도 상관 없지 않아?’ 라고 말한다면 친구는 어떻게 생각할까? 친구는 물론 주변 지인들에게까지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

 

눈총이 왜 눈’총’일까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사과를 주고받는 것은 조화로운 인간관계의 초석이 된다. 쉽게 생각하면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 사과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이다. 하지만 이렇게 쉬워 보이는 기본적인 원칙도 사람이 상대방에게 책임을 인식하는 시스템이 합리적이거나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복잡해 진다.

 

사과에 실패하는 유형의 표현

 

○ 잘못에 대해 모호한,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립서비스 인정 ☞제가 어떤 잘못을 했건 사과 드립니다.” 

 

잘못한 사람은 없고, 잘못 그 자체만 있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표현 ☞ 본의 아니게 잘못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조건부 설정 ☞ 만약, 제 실수가 있었다면…” 

 

상대방의 피해 사실 자체를 의심하고 불인정 ☞ 저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하시니까…” 

 

자기 잘못을 스스로 축소 ☞ “크게 사과할 일은 아니지만…” 

 

거만하고 교만한 태도 ☞ 피해를 줬다니 유감입니다.” 

 


사과에도 높고, 낮음의 가치가 있을까?  

 

 

 

상대방에게 사과를 했을 때 거부당할 것 같은 두려움, 자신의 잘못이 공개되는 데 대한 모멸감이나 창피함이 사과를 주저하게 만들지만, 사과에 대한 공포는 과장된 경우가 대부분이니 사과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사과에 대해 사과의 가치가 과대평가 되어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심리학자들은 ‘신뢰게임’이라는 실험을 했다.

 

신뢰게임이란 낯선 사람을 신뢰하는 정도와, 반대로 신뢰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하여 사과 받는 상황을 연출했다.

신뢰게임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두 집단 둘 다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의 파트너가 자신을 배반하고 눈곱만큼의 돈을 돌려줬다고 들었다. 그런데 한 집단은 이 때 자신의 파트너에게서 자신이 돈을 너무 많이 챙겼고 돈을 조금밖에 주지 않아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직접 받았고, 다른 한 집단은 그런 내용의 사과를 받는다고 상상을 했다. 만일 사과가 정말로 우리의 일반적인 기대에 맞는, 관계 회복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면 사과를 받는다고 상상할 때보다 '직접'사과를 받을 때 사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연구 결과는 그러지 않았다. 즉, '직접' 사과를 받을 때보다 오히려 사과를 받는다고 '상상'을 할 때 사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었다. 이는 사과의 가치가 우리들이 생각하는 사회적 통념보다 과대평가되어 왔음을 보여주었다.

 

 

진심 어린 사과의 조건



 

 

진정한 사과의 핵심은 바로 진정성에 있다. 단지 누가 사과를 하는지를 넘어서, 진심이 담기지 않은 사과를 받을 바에는 받지 않는 것이, 안 한 사람보다 형식적으로 한 사람이 더 나쁜 평가를 받기도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심정주의적 특성이다.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이야기하고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데에 있어 현명한 미덕일지도 모른다. ‘책임의 시대에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실수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미덕’ 이라고 말한 前 미국 대통령 버럭 오바마의 발언에서처럼 사과를 하는 사람이 패자가 아니라, 사과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패자라는 진실을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과를 하는 것이 갈등을 진정으로 해소시키는 것일까? 당장의 곤란함을 피하기 위한 것이나 핑계가 많아 궁색하게 들리는 사과 보다는 때로는 올바르고 진심 어린 유감과 책임 표현, 지금과 같은 혹은 비슷한 잘못을 하지 않고 혹여나 생길 경우 대책 마련에 대한 약속을 한다면 충분히 상대방의 용서를 구하는 사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