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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관계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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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45 좋아요 8 2017-06-13

지울 수 없는 그리움

오빠생각



 

[이미지출처: 포털사이트 NAVER 영화 '오빠생각' ]

 

얼마 전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오빠생각’이라는 영화가 나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오빠생각’이라는 원 동요의 음율과 의미를 생각해보면 이 영화 또한 애틋한 감성을 내포하였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제, 얼마 있으면 8월 15일 광복절이 다가온다. 광복을 맞이하여 ‘오빠생각’이라는 친근한 노랫말이 전달하는 애틋한 사연을 알아보자.


 

작가의 삶, 오빠를 향한 그리움 

 

 

[이미지출처: 동화 '오빠생각', 2015 파랑새 어린이]

 

”오빠생각”은 작사가 최순애는 1925년 일제식민지치하에서 소년운동을 하는 오빠 최영주를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담은 가사를 지어 ‘어린이’라는 잡지에 등단하여 세상의 빛을 보았다. 소파 방정환의 밑에서 소년운동을 하던 오빠의 영향으로 동생 역시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당시 열 두살의 어린 아이였음에도 자주 볼 수 없었던 오빠를 향한 애절한 그리움의 시가 애틋한 음악으로 표현되어 더욱 감동스럽게 다가오는 노랫말이다.

 

어쩌면 이 노래는 단순히 헤어진 오빠를 그리는 동생의 마음일 수 있으나 이 글이 쓰여진 시대가 일제치하의 식민시절이므로 소년들이 강제 노역을 위해 징용살이로 끌려갔거나, 이에 대항하여 나라의 광복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던 어린 독립군의 걱정과 염려로 형상화하여 광복을 염원하는 대표적인 노래로 알려졌을지 모른다. 그래서 더욱 가슴 한구석을 저며오는 듯 하다.

 

오빠가 동생에게 약속한 선물 

 


[이미지출처: '비단구두', 화가 김윤정의 그림세상]

 

“오빠생각”은 일제식민지하에 살지만 앞 날의 밝음을 생각하고자 했던 노랫말을 일본은 불러서는 안 되는 노래로 금지시켰다. 노랫말 가사의 ‘비단구두’, 신발을 통해 동생은 오빠를 향한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을 안겨준다. 원래 신발은 고행으로 얽힌 현실과 생활을 상징하는 물건이지만 순수하게 어린 시절 선물의 신발은 동생 마음 속에 항상 오빠를 그리워할 꿈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빠가 간 곳이 노래가사에서의 ‘서울’이 아닐 수 있고, 돌아올 때 사오겠다고 약속한 선물이 ‘비단구두’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제가 금지시킴으로써 서울에 비단구두를 사러 간 것으로 표현한 오빠가 사실은 우리나라의 자주 독립을 일구어 낼 젊은이라는 사실을 노래로 인정한 것이다.


한번 더 생각해보기, 가치관의 차이

어린이 잡지에 등단되었던 최순애의 시를 보고 감동한 유명 작가가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불러봤을 만한 “고향의 봄”을 작사한 이원수, 그 역시 16세의 어린 나이에 고향의 봄으로 등단하였다. 학창시절 일본의 만행을 비난하는 글을 써 주변사람들이 곤욕을 치를 정도로 민족 애국심이 강하였지만, 반 일본에 저항하는 사상범으로 몰려 10개월의 투옥생활에 못 이겨 친일로 돌아서게 되었다. 석방이 된 후 곧장 최순애와 결혼하였고 이후 5편의 친일 문학과 친일 운동에 힘쓰게 되었다. 광복 이후 친일 행각을 크게 뉘우치고 작품활동에만 열중하게 되어 현재, 아동 문학 발전에 큰 기여를 했지만, 남편의 친일 문학으로 인해, 당시 항일 활동이라 금지 당하였던 최순애의 오빠생각도 이후 일부에서는 친일과 연관하여 평가되고 있다.

 

같은 상황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국민 개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정권이 약하여 무력에 의해 주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개인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친일의 행위는 극히 비판 받아 마땅하다. 개인의 잘못된 선택으로 그 이전 나라를 위한 순수했던 시절의 과거까지도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같은 상황, 같은 조건에서 개인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 조국을 위해 희생한 많은 분들을 생각해보면 이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그녀의 남편이 작성한 일제 침략의 당위성이 포함된 작품이 단 5편이라 할지라도, 광복 이후 참회의 생활과 빛나는 업적을 남겼더라도 할지라도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오빠를 그리워하는 어린 동생의 마음의 표현으로 시작하여 광복을 염원하고 생사도 알 수 없는 가족의 안부를 걱정하는 애잔함이, 이후 가족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그 시절, 한 소녀의 순수한 의미를 퇴색되게 바라보는 것 또한 깊이 생각해 볼만하다.

 

2016년 광복 71주년, 그 황망하던 시절이 지난 지도 반세기가 훌쩍 넘어서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한때에는 목숨과 견줄만한 간절함도 점점 퇴색해버리기 쉽다. 모든 것이 퇴색되어 망각된다 하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극복하기 어려운 시절의 용서받기 힘든 선택을 평가하더라도, 선입견 없던 그 시절을 순수한 마음의 눈으로 바라 보아, 그 동심을 우리 아이들이 맘껏 노래 부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며, 다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노랫말이 쓰여질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은 꼭 잊지 말고 명심할 수 있도록 일깨워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