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HOME > 심리 > 미디어 속 심리

미디어 속 심리

영화·드라마·서적 등 미디어 속의 심리 인사이트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조회수 469 좋아요 2 2017-07-12

영화 '마빈스룸'

해야 할, 하지 말아야 할 감정표현

 


[이미지출처: 영화 '마빈스룸'] 

 

영화 마빈스룸은 잔잔한 가족영화이다. 곁에 있는 가족에 대한 무심함이 그득하다거나, 가족의 무의미함이 느껴지는 상태이거나, 사랑에 굶주려 있지는 않은 지 되돌아 보게 된다. 가족이 불현듯 으로 생각할 때도 종종 있지만, 영화 마빈스룸을 본 후에는 어느 순간 가족이 내 삶의 ()’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귀를 기울이고, 아끼지 않는 칭찬

 


[이미지출처: 영화 '마빈스룸' 중에서] 

 

 미국 플로리다주, 백혈병에 걸려 곧 죽게 된 언니 베시’(다이앤 키튼 분) 20년 동안 헤어져있던 동생 ’(메틸 스트립분)를 찾는다. 그녀와 같은 골수를 가진 혈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보다도 가족을 선택한 언니는 병든 아버지 마빈을 부양하면서 독신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동생은 반대로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자신의 인생을 찾아 집을 떠났다. 언니는 가족이라는 짐을 맡기고 떠난 동생이 야속했고, 동생은 어린 아들에 대한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으로 이혼 후 아들 행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단 둘이 남아 기댈 곳 없이 살아가는 자기에게 연락조차 없는 언니가 원망스러웠다.  

 

20년만에 만난 두 자매. 아버지 마빈이 쓰러진 후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언니에게 맡겨둔 채 자신의 삶을 찾아 멀리 떠나버린 사연이 있었기에, 두 자매의 만남에는 반가움보단 미움과 원망, 그리고 어색함이 흐른다. 게다가 아버지 역시 의식이 흐려져서 리를 기억하지 못한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모두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만 사랑을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행크. 한편, 리의 골수가 언니 베시에게 맞지 않자 의사는 리의 아들 행크의 골수검사가 필요하게 된다. ‘전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이모를 위해 왜 내가 골수를 기증해야 하지?’라며 이모의 죽음과의 싸움 앞에서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던 행크는 뜻밖에 이모와 잘 지내게 된다. 그리고 소리만 지르는 엄마와는 달리 자신의 인격을 인정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보듬어주는 이모 베시에게 행크는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이혼한 부모의 자녀들은 적응 장애가 더 많다. 부모의 이혼에 대한 분노감, 공포심, 우울과 죄책감을 느끼고 특히 사춘기에는 자존심의 저하, 자살사고, 행실장애, 학습장애를 보일 수 있다. 영화 속에서의 행크는 감정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을 자라오면서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리고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엄마와 달리 이모와의 소통에서 칭찬 아닌 칭찬을 듣다 보니 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반문했던 것이다. 마음 속에 부정적인 감정과 의심이 가득 차 있었고, 칭찬의 어색함을 이기지 못해 오히려 상대방을 의심부터 하는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부정적인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처럼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가끔은 쉴 숨

 


[이미지출처: 영화 '마빈스룸' 중에서] 



한 아들 행크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동생 리의 마음도 서서히 움직여지기 시작한다. 완전히 빠져버린 언니 베시의 머리를 위해 가발을 정성스레 잘라주는 동생 리, 최신의 유행머리로 커팅된 가발을 보며 마침내 울어버린 언니 베시, 점차 두 자매의 원망과 마음이 서서히 사랑으로 바뀌어간다. 베시는 점점 죽음에 두려움을 느끼며 리 역시 자신의 역할이 많아지자 다시금 집을 떠나려고 시도한다. 한편 행크는 리가 아무 뜻 없이 한 아버지의 이야기(자신이 숭배했던 아버지가 자신에게 폭력을 휘둘렸다는 과거의 괴로운 기억)를 듣고 그날 밤 베시에게 메모를 남기고 몰래 집을 나간다. 그러나 리가 떠나려던 순간에 행크는 집으로 다시 돌아오고 가족은 진정으로 화합하게 된다. 마지막 희망인 행크의 골수마저 맞지 않다는 전화가 걸려 오나 가족은 마빈의 방에서 거울을 통한 빛 반사를 보며 가족간의 사랑을 다져나간다.

 

가족 내 문제가 발생할 때 주로 누구에게 의존하는 지에 대한 국내 통계에 따르면 외부 보다는 가족이 최후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족간에는 기대가 많고 의존심이 크다. 쉽게 말하면 자녀들은 부모에게 의존하려 하고, 부모는 자녀에게 집착하는 것이다. 의존과 집착은 상대방을 통제하고 제한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욕구를 채울 대상을 의존하고 집착을 하다 보니 자신의 욕구대로 움직여주길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쉽게 원망이 쌓이고 상처도 지워지기 어렵다. 안락하고 자연스러운 둥지의 법칙을 지켜나가려면, 정확한 의사표현과 절제된 감정 전달이 필요하다. 무리한 추측이나 과다한 기대는 서로를 궁지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연결된 공동체, 가족

 


[이미지출처: 영화 '마빈스룸' 중에서] 

 

가정은 사랑으로 연결된 감정 공동체다. 가족은 가장 포근한 대상이지만 때로는 가장 원망스러울 수도 있는 관계가 바로 가족이다.

영화 속에서 베시는 골수가 맞지 않아 결국 살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을 너무 안타까워하는 동생 리이다. 리는 베시가 평생을 아버지 마빈을 위해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베시는 동생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그렇지 않다. 나는 아버지를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래서 내 삶은 너무나도 빛났다.” 라고 말을 한다. 사랑을 베푸는 것은 베푸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내 곁에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