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HOME > 심리 > 미디어 속 심리

미디어 속 심리

영화·드라마·서적 등 미디어 속의 심리 인사이트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조회수 515 좋아요 4 2017-07-26

영화[마파도], 돈에 관한 어떤 성찰

 



[이미지출처: 포털사이트 NAVER 영화 스틸컷]

 

세상과 격리된 채, 외딴 섬에서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다섯 할머니가 등장하는 이상한 영화 <마파도>는 한마디로 돈에 관한 어떤 성찰을 시도하려는 이색적인 작품이다. 여기서 돈에 관한 강력한 은유로 등장하는 소재는 두 가지인데, 그것은 바로 로또 복권과 대마()이다.

 

(화폐)’이 통용되지 않는 영화 속 마파도

 

 

[이미지출처: 포털사이트 NAVER 영화 스틸컷]

 

160억이 당첨된 형님의 로또 복권을 갖고 날라 버린 다방레지를 찾아 부패형사 충수(이문식)와 건달 재철(이정진)은 그녀의 고향인 마파도라는 섬으로 들어온다. 한데 그 섬은 단 5명의 할머니들이 세상을 등진 채 공동체를 이루어 조용히 살고 있는 곳이다. 두 사람은 로또복권을 기다리며 그 섬의 작은 커뮤니티에 적응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 섬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강력한 간접교환 도구이자 물신으로 등극한 (화폐)’이 통용되지 않는다. 즉 그들은 돈이 있건만 결코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대신 그들은 지붕을 고치고, 밭을 가는 등 진짜배기 노동을 해야만 한다. 자본주의 발달의 역사로 볼 때 이런 상황은 아주 먼 과거로 다시 회귀해버린 일종의 퇴행에 가깝다.

 

할머니들은 화폐를 주로 고스톱을 하는데 이용한다. 여기서 돈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교환도구가 아니라 단지 놀이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그런 할머니들에게 10원과 10억의 차이는 그야말로 대동소이한 것이다. 이런 할머니들에 비해서 남정네 2명은 결코 자신의 기존자치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집요하게 로또복권을 되찾으려 동분서주 한다. 그러다가 로또를 갈매기가 물고 날아가 버렸다는 사실을 다방레지로부터 듣게 되자 그들은 크게 절망한다.

 

이 영화는 돈 혹은 자본의 가치에 절대적으로 지배되며 이를 추종하던 형사, 건달 형님등 세속적 인간들이 모두 마파도의 이상한 힘(자본의 가치가 사라져 버린 절대적 퇴행의 공간, 혹은 할머니들의 순진무구한 휴머니즘적 가치)에 의해 도덕적 감화를 받아 자신의 죄를 반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론은 지극히 단순하다. 돈보다 인간이 훨씬 더 가치가 있으며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 현실에서 돈(자본)의 정치경제학

<마파도>는 자본주의의 아픈 곳을 전혀 찌르지 못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자본의 논리 혹은 법칙이 인간성을 소외시키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은 생각보다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휴머니즘적 도덕주의는 마파도라는 가상의 이상적 공간을 설정하고 자본의 죄에 찌든 인간들이 와서 회개를 하고 자신의 인간성을 되찾게 해야 한다는 발상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설정자체가 현실로부터 심하게 소외된 것이라는 점이다. 돈에 대한 권선징악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도덕이 아니라 윤리적 측면이다.

 

자본의 가치는 절대적일까?

휴머니즘에 대한 설교 대신에, 로또라는 자본의 가치에 미친 사람들이 일상의 도덕을 모두 전복 혹은 파괴시켜 극단적 상황으로 치다는 것을 만약 이 영화가 그려냈다면 훨씬 더 흥미로웠을 것이다. ‘마파도라는 이상적 공간에서마저 자본의 법칙이 극명하게 관철된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현실을 반영하는 차원을 넘어서 자본주의를 극단적으로 풍자하는 것이 될 것이다.

 

즉 자본의 가치 혹은 법칙은 절대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이를 인간들이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매우 다양한 종류의 변형이 일어나며, 이러한 변형의 결과물이 각 사람의 고유한 절대적 가치(즉 윤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마파도>가 이러한 측면을 다루어 주었다면 그 영향력은 훨씬 더 심오했을 것입니다. 그러한 효과는 우리가 일상에서 표피적으로 자각하고 있는 무기력한 자아(도덕)가 아니라, 훨씬 더 심층에 있으면서 실제로 우리를 움직여 나가고 있는 무의식(윤리 혹은 실재)에 어떤 파장을 던져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온마음 전문가칼럼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