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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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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78 좋아요 0 2018-08-20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비너스 효과
양면성을 가진 거울, 되돌아보기

 


 

진실의 상징물로 등장하는 거울은 사람이든 사물이든 어떤 것을 비추든 우리에게 다른 사람이 매력적을 볼 것인지 아닌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나’의 정체성을 깨닫게 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거울에 비친 상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에 대한 치장을 통한 본질의 외면이기도 하다. 거울은 실제 세계를 반영한다.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반영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취하는 동작과 거울 속 동작과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움직이면서 몸을 움직이는 감각과 거울 속 반영이 움직이는 모습을 비교하면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백설공주 마녀의 거울, ‘거울아 거울아~~’  
겨울날 창가에서 수를 놓던 왕비의 손가락이 바늘에 찔려 핏방울이 하얀 눈 위에 떨어진다. 바라보던 왕비가 “아, 이 눈처럼 하얗고, 피처럼 빨간 뺨, 창틀처럼 검은 눈을 가진 아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탄식한다. 그 소망대로 아름다운 딸을 낳게 되어 이름을 ‘백설공주(Schneeweißchen)’라고 부른다. 왕비는 틈틈이 마술거울을 들여다보며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묻는 말에 거울은 “왕비님이죠...” 라는 대답을 들으며 기뻐한다. 그러다 어느 날 거울의 대답이 돌변한다. 거울로부터 딸인 백설공주가 더 아름답다는 대답을 듣게 되자 이 때부터 공주의 시련이 시작된다.

왕비는 마술거울을 통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인 받아 왔다. 거울은 왕비의 자의식, 자기애를 실현하는 도구이다. 아름다운 딸을 소망하였던 왕비이지만 그 소망대로 태어난 딸이 자신보다 아름다워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녀는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 반대로 점점 아름다워지는 딸의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는 음지로 밀려나는 나이 든 여인의 숙명일 것이다.

백설공주 이야기는 거울에 대한 두 가지 관념을 내포한다. 하나는 거울이 진실을 말한다는 믿음이고 또 하나는 거울이 자기만족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우선 거울이 진실하다는 생각이 보편화된 것은 거울이 사물의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반영하고, 특히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울은 고대부터 올바름, 깨달음, 분별력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중세 때 거울은 분별이나 진실의 상징으로 자주 나타났고, 종교에서는 순수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실상과 허상을 넘나드는 거울
하지만 거울이 과연 진실만을 이야기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사실 거울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모두 실제가 아니라 실제 같은 것이다. 거울은 표면의 굴곡이나 놓인 위치, 보는 각도에 따라 형상을 곧잘 왜곡 시킨다. 비가 온 후 바닥에 고인 물, 깨진 유리거울, 백화점 쇼윈도의 이중창 등이 실상과 대비되는 허상의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

수산화의 어원이 된 양치기 소년 나르시스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거울의 환영을 현실로 착각한다면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한 나르시스처럼 죽음과 같은 비극을 부를 수 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로케비 비너스’ (1647~1651년). Venus at her mirror(The Rokeby Venus). Diego Velazquez.

 

거울을 보는 비너스 그림들에 자주 보이는 오류를 비너스 효과라고 한다. 그림을 그릴 때 ‘보이는 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대로 그렸다는 것이다. 비너스상은 8등신의 비율을 갖춘 이상적인 인간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비너스가 침대 위에서 옷을 걸치지 않고 누워 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의 살갗은 장미빛이고 풍만한 엉덩이에 비해 허리는 유난히 가늘다. 거울을 들고 있는 큐피드 천사는 비너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큐피드 손목에 감겨 있는 리본은 비너스의 아름다움과 큐피드와의 관계를 상징하는 매개체이다. 이 작품을 그린 베라스케스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거울이라는 사물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이미지의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던 의도이다.

 

타인 평가하기 전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기
‘거울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다른 사람의 모습이 마치 거울처럼 나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거울효과란 상대의 모습 그대로를 비추는 게 아니라 내 심리 상태가 다른 사람에게 투사돼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거울 속의 사람이 웃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치원생도 알다시피 거울 앞에 선 사람이 먼저 웃어야 한다. 타인이라는 거울, 세상이라는 거울, 천지만물이라는 거울도 다 이와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것은 곧 내 마음이 비춰지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비춰주는 세계라는 거울에서 미소와 웃음을 보고 싶으면, 내 마음이 먼저 미소와 웃음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즉 내가 늘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도 좋게 보이고, 내가 부정적이고 나쁜 생각을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도 나쁘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남을 평가하기 이전에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자신의 심리작용의 함정에 빠져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