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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심리

영화·드라마·서적 등 미디어 속의 심리 인사이트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조회수 417 좋아요 1 2019-08-05

삐뚤어진 호기심, 관음의 심리는?

영화 <트루먼 쇼>

 

 

 

무엇 하나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생겼을 때, 당연한 일상에 문득 의심이 들 때. ‘혹시 내 삶이 누군가에 의해 꾸며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 적 없으신가요? <트루먼 쇼>가 바로 그런 상상을 그려낸 영화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돼 24시간을 감시당하는 트루먼. 그를 훔쳐보는 시청자의 심리와 모든 진실을 알고 진짜 세상으로 떠나는 트루먼을 통해 삐뚤어진 호기심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한가에 대해 깨닫게 합니다.

 

 

 

 

 

조작된 인생 속 새장에 갇혀 살아온 트루먼

 

출생 후 방송국에 입양된 최초의 인간 트루먼. 보험사 외판원으로 일하며 평범히 사는 29살 청년은 사실 어마어마한 비밀을 품고 있습니다. 바로 출생부터 유년 시절, 입학, 졸업, 취업, 연애, 결혼, 우정 등의 모든 과정이 크리스토프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각본이고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시청자에게 그의 삶이 TV쇼로 생중계된다는 것이죠. 그가 평생 살아온 섬 씨 헤이븐(Sea heaven)’은 거대한 세트장이며 그의 부모, 아내, 친구 등 모든 사람이 TV쇼에 출연하는 연기자이지만 트루먼은 이 사실을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트루먼이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의심하는 계기가 생깁니다. 난데없이 하늘에서 조명이 떨어지거나 오래전 바다에 빠져 죽은 아버지가 노숙자가 돼 나타납니다. 또 평소 즐겨 듣는 라디오에선 그의 동선을 중계하는 일까지 일어나자 트루먼은 자신을 둘러싼 심상치 않은 기운을 눈치챕니다. 곧 그는 자신이 돌발행동을 하면 사람들이 당황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가령 출근할 때 늘 다니는 길이 아닌 다른 건물에 들어서자 놀란 경비원들이 온몸으로 그를 막아서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세트장 뒤에서 쉬고 있던 배우들이 놀라 자리를 피하는 것을 보고 말이죠.

 

 

 

 

 

새장 밖 세상으로 비상의 날갯짓

 

뭔가 잘못됐음을 확신한 트루먼은 씨 헤이븐 섬을 떠나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피지행 항공권은 수개월 후까지 매진이고 버스는 고장 나 출발조차 못 합니다. 자가용으로 떠나려 하지만 갑자기 도로에 불이 나고 방사능 유출로 길이 통제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가까스로 배를 타고 바다로 도망친 트루먼. 크리스토프 감독이 폭풍우를 일으켜 탈출을 막지만, 트루먼은 목숨까지 내놓으며 세트장 끝에 다다릅니다. 마침내 뱃머리가 세트장 벽에 부딪히자 지금까지의 삶이 전부 거짓과 조작이었다는 것을 안 트루먼은 절망에 빠져 크리스토프 감독에게 묻습니다.

 

지금까지 나의 삶에서 진짜는 아무것도 없었나요?”

 

러자 크리스토프 감독이 대답합니다.

 

당신만이 진짜였지. 그래서 당신이 사람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구경거리가 될 수 있었던 거야.”

 

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트루먼은 지켜보던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세트장 밖의 진짜 세상으로 유유히 사라집니다. 그가 탈출하자 시청자들은 환호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금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른 볼거리가 없냐며 채널을 돌립니다.

 

 

 

 

 

이 영화는 두 가지 메시지를 통해 우리 삶을 반영합니다.

 

첫째, 미디어의 인권 침해입니다. 크리스토프 감독은 자신의 사생활은 철저히 숨기면서 트루먼의 사생활은 돈과 흥밋거리로만 여기고 너는 스타야라는 말로 생색이나 냅니다. 우리가 요즘 접하는 방송들이 다를 바가 있을까요? 몰래카메라를 서프라이즈라는 말로 포장해 값싼 흥미를 유발하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어린 시절을 온 국민에 공개해야 하는 관찰 육아예능이 마구 쏟아져 나오니 말입니다. ‘어린 날의 추억이라고 하기엔 아이의 인권은 한낱 예능 소재로 전락해버린 끔찍한 사실을 누구도 깨닫지 못한 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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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죄의식 없는 시청자로 보는 미디어의 폭력성입니다. 우리는 트루먼 쇼가 명백한 비정상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시청자들은 죄의식 없이 트루먼을 마치 드라마 주인공을 보듯 흥밋거리로 생각합니다. 트루먼의 탈출에 기뻐하던 시청자가 다른 재미를 찾아 금방 채널을 돌리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 말이죠. 하지만 우리가 그 시청자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트루먼 쇼의 비상식을 인지하면서도 관찰 예능에는 환호하는 이중적인 우리 모습을 통해 미디어가 얼마나 폭력적이며 무섭도록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지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