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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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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49 좋아요 0 2019-09-19

방관 심리, 집단 이기주의를 꼬집다

영화 <목격자>

 

 

 

 

방관자 심리. ‘구경꾼 효과라고도 하며 어떤 일에 상관하지 않고 곁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영화 <목격자>는 아파트 한복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봤지만 보복이 두려워 외면하는 한 남자와 단 한 명의 목격자라도 찾아야 하는 형사, 그리고 자신을 본 목격자를 쫓는 살인범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로, 타인에게 무감각하고 삭막한 현대인들에게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도움 요청해도 방관하는 주민들

 

영화 <목격자>1964년 미국에서 일어난 제노비스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제노비스 살인사건은 새벽에 한 여성이 아파트 앞에서 괴한의 칼에 찔렸는데, 50분 동안 여러 번 비명을 지르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영화 목격자의 줄거리도 제노비스 살인사건과 비슷하다.

 

늦은 밤 베란다에 서있던 상훈은 한 여자가 살인마에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필 이때 상훈의 아내가 거실 불을 켜고 상훈은 살인마와 눈이 마주치고 만다. 당황한 상훈이 불을 끈 뒤 다시 창밖을 내다봤을 땐 살인마가 상훈의 집 층수를 손가락으로 세고 있었고, 그 행동에 놀란 상훈은 해코지 당할 것이 두려워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살인사건으로 아비규환이 된 아파트. 목격자를 찾는 형사의 간절한 요청에도 상훈은 가족의 안전 때문에 모르쇠로 일관한다. 하지만 살인범이 자신 말고 또 다른 목격자를 죽이는 걸 보게 된 상훈은 더 이상 신고를 미룰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목격자 증언을 결심한다. 이에 화가 난 살인범은 상훈의 집까지 찾아와 가족들을 위협하고, 상훈의 아내 수진은 딸을 안고 도망치다 행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다들 머뭇거릴 뿐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

 

몇 개월 후, 모든 사건이 끝나고 이사를 가게 된 상훈은 이사 가기 전날 밤 아파트 단지에 서서 살려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여전히 밖을 내다보거나 도와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내 씁쓸해진 표정을 짓는 상훈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나 말고도아닌 나부터마음 가져야

 

심리학적으로 해석한 방관자 효과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도와주겠지.”라고 생각하는 책임의 분산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실제 연구에서도 방에서 발작 환자를 목격했을 때, 혼자 있을 경우 85%3분 안에 조치를 취하기 위해 방을 벗어난 반면, 5명이 있을 땐 70%의 사람이 6분이 지나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별일 아닌데 나만 호들갑을 떠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라는 심리 때문에 책임감이 분산되는 현상으로,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도움 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심리학적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주인공 상훈도 연구 참가자들과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살인마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내가 아니어도 목격한 다른 사람이 신고하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마음이 더 큰 사태를 초래했다. 다른 사람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람이 죽은 와중에 부녀회장은 집값이 떨어질 것을 걱정해 경찰 조사에 협조하지 말자는 공문을 돌리고, 주민들도 이에 동조하는 방관적인 태도를 취한다. 상훈과 방관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그들 모두 인간의 목숨보다는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기주의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혼자만 나서는 게 아닐까 하는 민망함도, 나쁜 일에 연루될까 두려운 마음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는 분위기가 점점 우리 사회에 굳어진다면 방관하는 이들이 살인마와 다를 바 있을까? 오늘은 방관자였던 내가 내일은 방관 피해자가 된다 해도 누구도 원망할 수 없을 것이다. 남의 시선에 영향 받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기보다는 나부터 먼저 영향력을 끼쳐 변화의 훈풍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기 위해 용기를 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