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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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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22 좋아요 0 2020-10-26

제가 어떤 기분인지 모르겠어요 

<감정표현 불능증>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비밀의 숲2’을 보셨나요? 주인공 황시목(조승우)은 어떤 일이 있어도 얼굴에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또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그 감정이 어떤 느낌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얼핏 보면 침착하게 일도 잘 해내는 듯 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올곧은 캐릭터인 듯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감정을 잘 절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앓고 있는 병을 일컬어 감정표현 불능증이라고 부릅니다.

 

 

감정표현 불능증이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뇌 손상, 신경질환 등으로 인해 슬픔, 기쁨, 설렘, 분노, 두려움 등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질환입니다. 그래서 인간미가 없고 냉혈한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 감정 없이 잔인한 범죄를 일으키는 사이코패스들과는 다른데요. 전두엽이 손상돼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사이코패스와 달리 감정표현 불능증은 어떤 계기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병합니다. 또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와는 다르게 죄의식도 느낄 수 있습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화도 안 나고 스트레스도 안 받아서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데요. 이들은 감정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이 일반인보다 어려울 뿐 스트레스를 아예 안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가 인상을 쓰고 고함을 치며 화를 표현할 때 이들은 그럴 수 없는데요. 그래서 두통, 복통, 이명, 위장질환 등의 생리적인 방법으로 표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극중 황시목도 동료의 죽음을 겪은 이후 갑자기 실신을 하는데요. 비록 말로 슬픔을 표현하진 못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나마 몸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사회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지 못하니 깊은 유대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극중 황시목 역시 이러한 문제 때문에 늘 외톨이로 지내야 했는데요. 가족을 잃은 유족의 슬픔에 공감하기는커녕 사건 해결을 위해 추궁을 한다거나 동료 검사가 납치됐을 때에도 걱정이라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주변인들에게 인간미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완치는 어렵지만 꾸준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는데요. 심리상담, 신체요법, 그룹치료 등을 통해 특정 상황에서는 어떠한 감정 표현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배우는 것입니다. 또 일부러라도 감정을 표현해 억제된 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한다니 매우 심각한 정신 질환인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서비스직처럼 늘 스트레스를 억누르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종종 관찰되기도 합니다. 무작정 참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화를 참고 잊으려 애쓰기보다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건강하게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혼자만의 노력으로 감정 표현이 힘들다면 가까운 상담센터를 찾아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