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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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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13 좋아요 2 2020-12-22

11살 소녀들의 우정과 갈등

영화 <우리들>

 


 

사춘기, 감수성만큼이나 예민한 친구 관계 때문에 울고 웃어본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더욱이 11살 소녀들이라면 우정의 미묘한 변화에도 더욱 크게 반응을 하게 될 겁니다. 영화 <우리들>은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는 선이와 새로 전학 온 지아가 단짝이 되며 생기는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긴장감을 통해 성장하는 두 소녀의 심리를 담아낸 영화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선이는 학교에서 늘 혼자입니다. 예쁘고 공부도 잘해 인기 만점인 보라와 친해지고 싶지만 일명 주류인 그들은 비주류인 선이를 거들떠볼 이유가 없죠. 그러던 중 여름방학식이 끝난 후 청소를 마치고 혼자 교실에 남아있던 선이는 전학 수속을 밟으러 학교에 온 지아를 만나며 두 소녀의 우정이 시작됩니다.

 

일하느라 바쁜 부모님, 자신도 어리지만 더 어린 남동생을 돌봐야 하는 선이에게 지아는 단 하나뿐인 소중한 친구이자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돌파구 같은 존재입니다. 그렇게 방학 내내 붙어 지내며 두 소녀는 급속도로 친해지지만 우정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합니다. 보라와 함께 학원을 다닌 지아가 선이가 왕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지아는 선이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점차 선이를 괴롭히는 무리에 동참하며 두 소녀의 사이는 점점 멀어집니다.

 

 

 


 

단순히 주류에 속하고 싶은 본능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갈등 이면에는 선이와 지아 각자의 열등감이 숨어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선이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지아에게 부담감을 느끼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지아는 엄마에게 사랑 받는 선이를 보며 질투를 느낍니다. 간절히 원하지만 가지지 못한 것을 가장 친밀한 사람이 가진 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아이에게는 부러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만드는 가혹한 일일 테죠. 그리고 결국 이 감정은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맙니다.

 

 

선이는 지아의 변화에 속상해하면서도 계속해서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선이의 아버지가 알콜 중독자라는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지아에게 분노한 선이 역시 지아의 엄마가 영국에 있는 것이 아닌 이혼으로 인해 따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반 아이들에게 폭로하고 둘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극으로 치닫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아가 보라를 제치고 시험에서 1등을 하자 지아 역시 한순간에 무리에서 버려져 외톨이 신세가 되고 맙니다. 그런 지아를 지켜보며 마냥 맘이 편치만은 않은 선이. 매일같이 친구에게 맞아 상처를 달고 오는 동생 윤이에게 맞지만 말고 너도 때리라.’고 조언하지만 오히려 윤이는 친구가 때리고 내가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라며 순수하게 반문합니다. 윤이의 말에서 무언가 깨달은 듯한 선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합니다.

 

영화 막바지에서는 시작과 마찬가지로 피구 게임이 등장합니다. 금 밟았다며 나가라는 반 아이들의 원성에 지아는 금을 밟지 않았음에도 마지못해 밖으로 나가는데요. 그 순간 선이는 얘 금 안 밟았다.”며 처음으로 지아의 편을 들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남을 선동하기도, 외면하기도,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게 결코 옳은 행동은 아니지만 생존을 위한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마냥 욕할 수는 없습니다. 정신이 미성숙한 어린 아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억눌렸던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성인들 중에서도 선이, 지아, 보라 같은 사람이 존재합니다. 남에게 상처주지 않고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못합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솔직하게 대화하지 못하고 날부터 세우거나 피해 갈등을 더 깊게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골치 아픈 문제일수록 어린 아이의 시각에서 생각하면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관계에 있어서는 말이죠. ‘맨날 싸우면 언제 노냐는 윤이의 말처럼, 또 이 말에 용기를 얻어 지아에게 손을 내민 선이처럼 어렵게 생각하지만 말고 먼저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요? 아마도 갈등에 대한 실마리가 너무 쉽게 풀릴지도 모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