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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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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76 좋아요 8 2017-05-18

신이 만들어 낸 특별한 사람

제 8 요일 

 
 

이미지출처: Naver 영화 '제8요일' 포스터

 

판타스틱한  블록버스터에 익숙해 있는 요즘, 고즈넉하고 정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는 프랑스 영화는 예술적이지만 재미가 없다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재미로 보자면 역동적이고 볼거리가 많은 미서구의 영화를 찾는 것이 당연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많은 것이 바뀌어있고 옆에 있는 동료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아닌 옆에서 경쟁하는 사람으로 지내는 현실을 뒤돌아보게 하는 영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볼 수 있는 영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동행자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극중의 아리는 유명한 세일즈 강사이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살아온 자신이 바로 성공한 사업가이며 남들에게는 부러움을 살 정도로 유능하고 완벽한 사람이다. 하지만 일에만 몰두하는 그를 아내와 아이들은 함께 할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시의 여유도 없이 빡빡한 일정을 즐기는 매우 냉철하고 이성적이지만 집에 돌아와 텅 빈 집안을 둘러보고는 장난감 총으로 머리를 쏘고 눈물 흘리는 외롭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일정이 없는 주말에나 겨우 내 한 두 번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아내와 아이들과의 약속은 타이트한 스케줄에 의해 늘 미루어지고 잊혀지기 일쑤이다.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약속을 기억하고는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쉴새 없이 달려가지만 상처받은 아이는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가족들에게 거절당하고 비 오는 새벽 외진 길을 달리다 다운증후군 조지를 만난다. 

 

조지는 다운증후군이다. 특수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조지는 몇 년 전부터 찾아오지 않는 엄마를 보기 위해 집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시설에서  동고동락했던 반려견(犬)과 함께 비 오는 밤길을 걷고 있던 중 상실감에 빠진 세일즈 강사 아리의 차에 자신의 반려견이 치이고 만다. 죽음에 죄책감을 느낀 아리는 집으로 향하는 조지의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아리는 여행 중간중간 비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조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싫어하지만 그의 순수함과 진정성에 매력을 느낀다.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이미지출처: Naver 영화 '제8요일' 포스터 

 

우리 사회에서 지능지수가 낮은 지적장애아는 충동행동이 강하고 현실판단이 어려운 유아기 사고체계를 갖고 있어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는 사회에서의 독립 생활이 불가능하다. 항상 돌보아 주고 의지가 되어주는 연로한 노부모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걱정의 무게가 더욱 커지게 되고, 이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 현실이다.

 

시설에서 지내는 조지의 경우도 이러한 고뇌를 뒤로하고 떠나버린 엄마의 죽음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집에 도착해 아리와 조지가 엄마의 죽음을 확인한 이후 조지는 누나가족과 살기를 원했지만, 누나는 그녀가 이룬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지낼 수 없다는 가슴 아픈 거절을 한다. 그러면서 조지의 가족으로 살았던 시절, 지적장애인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부모님으로부터 사랑 받았던 자신은 없었다는 원망스러운 말을 내뱉고 만다.  

 

이 영화는 1997년의 영화로 지금으로부터 무려 20년이 되어 가는 영화이다. 많은 것들이 편리해 지고 스마트해 지는 요즘, 장애우를 바라보는 편견, 적극적으로 지원되지 못하는 사회 환경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 없이 아직 그대로인 것에 반성을 하며, 상처받은 누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본다. 그 마음을 알았을까? 조지는 다시 아리와 차에 올라 시설로 향한다. 시설로 돌아가기 전 바다에 가고 싶다는 조지를 위해 아리는 그의 가족이 살고 있는 마을 근처 바닷가에서 마지막 자유를 즐긴다.

 

어울리는 삶은 곧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마지막 자유를 즐기고 시설로 돌아와 무료한 생활을 지내는 조지는 바닷가 마을에서 만난 아리의 딸이 생일이라고 적어 준 손바닥의 14가 오늘이라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다. 혼자서는 지낼 수 없는 시설 친구들과 함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행복해지는 길로 나아가기 위해 과감히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친구 아리를 위해 조지는 친구들과 함께 자신이 사랑하는 나탈리를 데리고 아리를 찾아 떠난다. 

 

여전히 성공한 세일즈 기법을 외치고 있는 아리는 갑자기 찾아온 조지를 보고 드디어 환한 미소를 띠고 당당하게 외친다. “내 친구~ 조지!”  성공한 나를 바라보고 무언가 찾아내려고 애쓰는 수 백명의 사람들 앞에서 과연 나라면 장애인 친구를 저렇게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No!’ 일것이다. 하지만 아리는 달라졌다. 조지와 함께한 여행에서, 정상인과 다른 조지의 순수함 속에서 아리는 그렇게 조금씩 변화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일반 사람들이 장애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영화 속에서 둘은 친구가 되기 어려울 것처럼 보였지만, 둘은 점점 서로를 알아가고 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부분이 되어 갔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의미 있는 사람

 

 

이미지출처: Naver 영화 '제8요일' 포스터 

 

화려한 생일파티는 끝이 났다. 아리의 삶을 바꾼 조지는 엄마의 부재속에 의지가 되었던 나탈리와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느끼고 좌절한다. 장애인의 사랑은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정상인들의 이성적 판단을 선택한 나탈리와 헤어지게 된것이다. 엄마의 죽음, 아리와의 이별, 나탈리와의 헤어짐, 이러한 애착관계의 상실은 3~5세 지능에 머물러 있는 조지를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조지의 충동적 행동은 영화의 내용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상점에서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운동화를 가져오려다 괴물 같은 소리를 내며 화를 내고, 처음 보는 여종업원에게 사랑을 고백 후 들어주지 않자 바닥에 드러누워 고집스럽게 우는 등 3~5세 유아의 발달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좌절된 상황에서 애착이 형성된 보호자의 지속적이고 안정된 지지는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하지는 못해도 이러한 충동적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엄마의 죽음, 그리고 현실의 벽에 부딪힌 애인 과의 헤어짐, 평생지지 받지 못할 아리와의 이별과 같은 애착관계의 상실로 5세 이전의 지능에 머물러 있던 조지는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초콜릿에 심한 알러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달콤한 초콜릿을 먹고 그립던 엄마와 재회하여 달콤한 순간을 맛보았고, 옥상에서 스스로 떨어지는 삶을 선택한 끔직한 순간에도 조지는 행복한 미소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소식을 듣고 조지 앞에선 아리의 모습에서도 슬픔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조지의 그 짧고 행복한 순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아리는 가족과 함께 한다. 지나가는 사람이 걸인 취급을 하고 동전을 건네주어도, 지저분한 쓰레기를 치우는 미화차량으로 꽉 막힌 도로에서 함께 쓰레기를 치우면서 즐거워할 줄 아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성공한 삶이 아닌, 함께 어우러지는 삶. 많은 사람들은 그게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고 쉽게들 이야기하지만 이를 위해 변화하기란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