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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우리 실생활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의 경제 지식에 대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조회수 7,090 좋아요 0 2019-06-05

느린 것을 추구하는 여유 있는 삶,

슬로컬리제이션(Slowcalization)

 

 

 

 

바쁜 삶 속에서 휴식이 필요하지 않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문화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빨리빨리’, ‘급한 성격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빨리빨리문화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이자 특징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이러한 문화가 생겨난 지는 5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양반은 비가와도 뛰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을 가졌었다고 하는데요.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 잡은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들 수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성공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이 과정에서 모든 속도를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빠른 게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죠.

 

그러나 일각에서는 빨리빨리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문화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이와 함께 2018년에 소확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잡으면서 도시에서 느린 삶을 경험한다는 의미의 슬로컬리제이션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유 있는 삶을 지향하는 슬로컬리제이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슬로컬리제이션이란?

 

슬로컬리제이션(Slowcalization)은 느리게(slow)와 지역화(localization)를 결합한 신조어입니다. 이는 단순히 농촌화, 어촌화처럼 지역을 뜻하는 것이 아닌데요. 도시에서 살더라도 시골의 삶에서 느낄 수 있는 느린 삶을 실천하자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슬로컬리제이션은 1986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된 슬로푸드(slow food) 운동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슬로푸드 운동은 한 유명 패스트푸드 전문점이 이탈리아 로마에 진출하자, 맛을 표준화하고 전통음식을 소멸시키는 패스트푸드의 진출에 대항하여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이 운동을 통해 소비자들은 조금 늦더라도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닌 먹는 사람의 건강, 사회, 나아가 환경까지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이에 2015년 기준 180여 개국, 10만 명이 넘는 회원이 슬로푸드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슬로푸드 운동과 비슷한 개념인 슬로컬리제이션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문화가 2018년 트렌드로 확산되면서 하나의 소비문화로 정착됐는데요. 대표적인 슬로컬리제이션 사례로는 갭이어,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팜핑, 멍 때리기 대회 등이 있습니다. 슬로컬리제이션을 실천하는 사례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의 흥미를 찾는 시간 갭이어(Gap-year)'

 

갭이어란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는 기간을 뜻합니다. 이 기간 동안 봉사, 여행, 진로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활동을 직접 체험하며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는 것인데요. 1960년대 영국에서는 갭이어를 하나의 제도로 도입하여 해외봉사, 인턴, 여행, 워킹 홀리데이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우수한 학생들의 대학 중도 포기가 심각한 사회문제였던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대학에서는 갭이어를 하나의 제도로 도입했는데요. 그 결과 갭이어에 참여한 학생들의 대학 중도 포기율이 급격하게 저하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한국갭이어라는 단체가 설립되어 갭이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홈페이지에서 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갭이어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는데요. 한국갭이어에서는 설립 이후 54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됐으며 약 12,500명의 소비자가 갭이어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국내에서 갭이어가 확산됨에 따라 청년정책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각 지자체 별로 갭이어 프로그램을 청년 지원 사업으로 선정하여 진행하는 것인데요. 서울시에서는 200명의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청년인생설계학교를 개설해 2018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자아탐구와 생각하기 등의 카테고리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제주도는 자체적으로 갭이어 사업을 공모했는데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은 약 20일간 항공료와 숙박비를 지원받으며 다른 지역에서 자유롭게 지내면서 진로 관련 전문가 특강, 1:1 전문가 컨설팅, 개인별·팀별 미션 등을 수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자신의 진로, 적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 것이죠.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팜핑

 

낯선 여행지에서 장기간 머무르며 겉핥기식의 여행이 아닌 깊이 있는 여행을 즐기는 한 달 살기열풍이 전 세대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보편적인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는데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조록환 박사가 전국 20~6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시골이나 농촌의 임대형 숙박시설에서 장기 체류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조사에 74.9%가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할 정도로 관심이 높은 추세입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가 한 달 살기프로젝트의 가장 인기 있는 장소로 꼽힙니다. ‘효리네 민박’, ‘강식당등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TV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면서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 늘었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20대뿐만 아니라 30, 40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녀들과 함께 낯선 마을을 체험해보기 위해 한 달 살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팜핑(Farmping) 또한 인기인데요. 팜핑이란 농장(Farm)에 캠핑(Camping)을 결합한 단어로, 경치 좋은 곳을 찾아 떠나던 캠핑족들이 점차 가까운 근교의 농장으로 향하는 트렌드가 나타나며 생긴 신조어입니다. 팜핑은 체험 농장에 캠핑을 접목시킨 것인데요. 농촌체험을 하러 온 도시민들에게 민박 대신 캠핑장을 제공하는 것으로 1(제조), 2(가공), 3(서비스)가 모두 더해진 6차 산업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서울시는 4월부터 10월까지 경기도, 강원도, 충청남도 등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농산물 수확을 체험하고, 별도의 장비 없이 캠핑까지 즐길 수 있는 도시가족 주말농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멍 때리기 대회

 

멍 때리기 대회는 2014년 예술가 웁쓰양에 의해 개최되기 시작한 대회입니다. 이 대회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과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 낭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참여형 퍼포먼스로 알려져 있는데요. ‘다 같이 멍 때리기를 해보자. 시간의 사치를 부려보자라는 취지로 열린 대회입니다. 여기서 멍 때리기는 아무런 생각 없이 넋을 놓고 있는 상태를 뜻하며, 대회 규칙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인데요. 2016년 한강에서 열린 제2회 멍 때리기 대회에서 가수 크러쉬(Crush)가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81122일 열린 제3회 한강 멍 때리기 대회는 70여 명이 참여했는데요. 학생, 수험생, 직장인, 공무원, 취준생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개성 있는 도구와 복장 등을 준비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보통 멍 때리기가 뇌를 쉬게 한다고만 생각이 되는데요. 멍 때리기에는 많은 효과가 있습니다. tvN ‘알쓸신잡에서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쏟아지는 정보 속에 사는 우리들은 뇌가 점점 지쳐간다. 뇌도 휴식이 필요하다.”라며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멍 때리기처럼 뇌가 제대로 쉬어야 일의 성과도 좋아질 수 있다고 멍 때리기의 효과를 설명했습니다. 또한 하버드대학교 정신과 교수 스리니 필레이(Srini Pillay)가 쓴 책 <멍 때리기의 기적>이 발간됐을 정도로 멍 때리기의 효과는 지난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데요. 이와 같이 멍 때리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슬로컬리제이션의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문화는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데 이바지하였습니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듯이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어느 정도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보이는데요. 여유를 가지고 다가간다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보였던 상황들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해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면, 시간을 내어 슬로컬라이제이션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본 정보는 기획재정부 블로그에서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