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HOME > 재테크 > 부동산

부동산

금융자산의 확보, 시시각각 변하는 부동산 상식에 관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조회수 4,554 좋아요 2 2018-02-27

공간의 미학, 도심 속 협소주택

 

 

 

인기 애니메이션 ‘라바’는 매 시즌 배경이 변합니다. 시즌 1에서 하수구에 살던 라바 일행은 시즌 2에선 도심 속 주택으로 거주지를 변경하는데요. 비범한 녀석들이 사는 곳답게, 주택의 형태도 남다릅니다.
 

  

 ['라바'에 등장한 협소주택 (이미지 출처: 라바 tube)]

 
빌딩들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끼어 있는 주택을 보고 ‘저런 데서 어떻게 살아?’하는 시청자들이 많았지만, 시즌 2가 진행될수록 ‘나도 저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아졌습니다. 옆 건물들을 압도하는 컬러풀한 외관, 겉보기와는 달리 의외로 넓고 아늑한 실내, 풍부한 일조량 같은 장점들이 볼 때마다 재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라바 속 주택처럼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주택을 ‘협소주택’이라 부르는데요. 오늘날 하우스 트렌드로 떠오른 협소주택의 다양한 형태를 둘러보면서,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집’을 설계해 볼까요?


자투리 공간을 높게 활용한다  
협소주택이란 도심의 좁은 대지에 지은 주택을 말합니다. 1950년대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대안으로 탄생했던 협소주택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심 속 50㎡(15평) 내외의 땅에 3~4층짜리 집을 짓는 비용이 아파트 한 채를 새로 사는 비용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협소주택과 소형주택은 어떻게 다를까요? 분류 기준을 ‘크기’가 아니라 ‘공간의 효율적 활용’으로 놓고 생각하면, 답은 금방 나옵니다. 협소주택은 좁은 땅에 다층 건물을 지어 실제 사용 면적을 늘리는 개념이기 때문에, 단순히 작고 좁을 뿐인 소형주택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죠.

 
일본에서 발달한 협소주택 
 

 

[일본 도쿄 <호리 노우치의 집> 외관 (이미지 출처: MIZUISHI Architect Atelier)]  


 협소주택은 대개 자투리 공간을 집터로 선정하기 때문에, 대지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지는데요. 위의 집은 삼각형 모양의 대지 형태를 고려해 세워진 일본의 협소주택 <호리 노우치의 집>입니다.
하늘과 강, 집이 삼각형처럼 서로를 지탱하며 조화를 이룬 <호리 노우치의 집> 내부구조를 들여다볼까요?

   

  [ <호리 노우치의 집> 내부 (이미지 출처: MIZUISHI Architect Atelier)]  

 

<호리 노우치의 집>은 1층에 침실과 욕실, 2층에 주방과 거실, 3층에 다락방을 수직 배치했습니다. 현관과 침실 사이엔 커튼을 배치해 공간을 분리했고, 계단 아래 공간엔 수납장을 배치했습니다. 주방과 거실 양쪽을 틔우고, 가장자리엔 작은 실내창고를 만들어 삼각형 모양의 집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햇볕이 잘 들도록 설계된 다락방을 아이의 놀이터로 만든 것도 눈에 띕니다.

 

  

[일본 외관 (이미지 출처: Hiroyuki Shinozaki Architects)]  

 

도쿄 도심의 주택가에 세워진 는 정육면체의 여러 공간이 모여 하나의 상자를 이루는 구조입니다. 외관만 보면 좁아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예상치 못했던 공간이 펼쳐지죠.

 

 

[일본 내부 (이미지 출처: Hiroyuki Shinozaki Architects)] 

 

특징은 내부 구조물을 최소화했다는 점입니다. 이곳의 용도 중 하나가 ‘작업실’이란 점을 감안한 설계인데요. 공간을 분리하는 벽을 없애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2층과 3층 사이에 계단 대신 이동식 사다리를 배치해 공간을 알차게 확보했습니다. 1층과 2층 사이의 계단을 수납장으로 만든 것도 마찬가지 이유죠.

 

 

[천장을 바닥으로 활용한 일본 (이미지 출처: Hiroyuki Shinozaki Architects)]  

 

1층과 2층의 천장을 부자연스럽게 낮춘 것도 의 매력포인트입니다. 천장을 낮춰 위층 바닥에 고저차를 만들고, 이를 책상과 의자로 활용하는 방식인데요. 집의 구조를 가구 대용으로 활용한다는 발상은 이후 건축되는 협소주택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국내에 불어오는 협소주택 바람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협소주택이 대안적 주거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직장 때문에 도심에서 멀리 벗어나긴 어렵지만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3040 세대들이 주로 관심을 보입니다.
 
현재 후암동, 대흥동, 상계동 등의 서울 도심에서 협소주택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협소주택을 고려한 관련법이나 규제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신규 건축 시 기존 건축법이 적용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연면적 50㎡를 초과한 단독주택을 새로 짓는 경우 인접한 집과 50cm 이상, 인접 도로 폭과 4m 이상의 간격을 두어야 하고, 1대 이상의 주차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단, 리모델링의 경우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됩니다.

협소주택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단독주택을 기준으로 한 기존 규제들도 조만간 수정•보완될 전망입니다.


'최소의 집'에서 누리는 '최대의 행복'  
‘최소의 집’ 전시는 우리 사회의 제한된 주거의 물리적, 경제적 환경을 뛰어넘어 자신들에게 맞는 적정한 공간의 크기를 능동적으로 찾아가고 자신의 규모에 맞는 경제성을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까지 반영된 집을 찾게 해주는 가이드의 역할과 동시에 일반 대중들의 건축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갖기 위한 장기적인 프로젝트이다.  정영한 건축가(정영한 아키텍츠) - ‘건축가지’ 기고문 中

  

정영한 건축가는 2013년부터 ‘최소의 집’ 전시를 시작해 지난해 여름 다섯 번째 전시를 마무리했습니다. 2018년까지 총 10번의 전시를 목표로 한 ‘최소의 집’은 ‘생활하는 데 만족감을 주는 집’, ‘삶의 질을 높이는 창조적 공간’, ‘나의 생활양식에 맞는 공간’이야말로 최소의 가치를 실현한 집이라 정의합니다. 정영한 건축가는 일본어 한자를 그대로 들여온 ‘협소주택’이라는 명칭이 좁은 공간에 지은 집만을 표현했다는 게 아쉬워, 의미를 확장한 ‘최소의 집’이란 용어를 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서울시에서 지난해 4월 ‘저층 주거지 관리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향후 저층 주거지역의 노후 주택을 4층 이하의 집으로 새로 짓고자 하는 시민들은 최대 9천만 원을 2%대 금리로 융자 지원받게 됩니다. 노후한 지역의 건물들을 전면 철거한 뒤 아파트를 일괄적으로 짓는 기존의 재개발 방식이 아닌, 주택을 주변 지형이나 도로와 조화롭게 리모델링하는 건축주를 지원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내가 살 집은 아파트나 단독주택’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협소주택에도 관심을 가진다면, 내 집 마련의 꿈에도 그만큼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 본 정보는 산업통상자원부 블로그에서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