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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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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06,886 좋아요 5 2018-01-08

보통 이상의 조용한 힘

슈퍼박테리아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몇 시간 간격으로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으로 병원 내 감염의 심각성이 또 한번 드러났다. 특히 사망 원인 중의 하나로 슈퍼박테리아를 의심하고 있다.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는 대표적인 병원 내 감염원이다. 숨진 신생아들에게서 발견된 감염균 역시 슈퍼박테리아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슈퍼박테리아는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고 감염되면 치명적이다.

 

2050년쯤이 되면 3초마다 1명이 목숨의 위협

병원 내 중환자실에서 환자가 격리되어 있다. 손을 소독하고 장갑을 챙겨 낀 간호사가 조심스레 주사로 약물을 넣는다. 그리고 다른 환자에게 이동해 처치를 할 때 철저하게 손 소독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투입되는 약물은 어지간한 항생제로는 죽지 않는 내성세균에 감염되어 일반 환자들에게는 좀처럼 쓰지 않는 강력한 항생제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함부로 쓴 항생제가 어떤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를 만들 수 있다. 슈퍼박테리아, 글자 그대로 해석을 해보면박테리아는 세균을 말하고, ‘슈퍼라는 말은 보통이상의 특별한 힘을 의미한다.

 

‘슈퍼박테리아’는 기존 항생제로 잡을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병원균으로 정확한 명칭은 다제내성균이라 한다. 여러 가지 약에 견디는 성질을 가진 균, , 이 약 저 약 써도 죽지 않을 만큼 항생제 사용이 빈번할 수록 내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얼마나 강력한 세균이기에 슈퍼박테리아 앞에서 세계보건기구(WHO)기구도 이토록 걱정할 만큼 쩔쩔 메고 있는 것일까.

 

 

2016년 영국에서 발표한 항생제 내성 (AMR·Antimicrobial Resistance)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50년 기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슈퍼박테리아때문에 전 세계에서 1000만명이 사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항생제가 듣지 않으면 맹장 수술이나 출산 과정에서도 사망할 수 있어 시급하게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30여년 뒤에는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인류가 사망하는 원인 1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슈퍼박테리아 감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70만명 정도다. 하지만 2050년에는 연간 820만명인 암 사망자를 추월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어떤 항생제로도 제어할 수 없는 슈퍼균

슈퍼박테리아는 종류에 따라 전염되는 방법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손에서 손으로, 혹은 옷에서 옷으로, 또는 감염자의 소변이나 대변을 통해 전파된다.  발원지는 대부분 병원이다. 우리나라는 2010 12 30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6종의 항생제 내성균에 대해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우리는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 세균을 죽이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한다. 항생제는 주사나 먹는 약 등으로 우리 몸에 들어가 세균을 죽이거나 더 번식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세균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A 세균 중 한 마리가 B 항생제에 저항하는 방법을 찾게 되면 살아남은 세균은 그 방법을 주변 A 세균들에게도 알려준다. 이후 A 세균은 B 항생제에 죽지 않는 것. 이 세균을 죽이기 위해 사람은 또 다른 항생제를 쓰게 되고 여기에 살아남는 방법을 알게 된 세균이 이 방법을 동료 세균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여러 항생제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슈퍼박테리아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은 슈퍼박테리아는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의 몸에 들어와 각종 감염증을 일으켜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외부의 박테리아들이 들어와서 자유롭게 살지 못하게 하는정상 세균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들이 환자를 감염시킨 특정 균을 죽이기 위해 항생제를 쓰면, 그 특정 균이 죽는 효과도 있지만, 우리 몸의 방어막 역할을 하는 정상 세균총도 죽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항생제를 비롯해 각종 약물을 많이 투여 받는 중환자실 환자에서 슈퍼박테리아가 많이 발견되는 이유이다.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존하기

세균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말이 멸균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항생제를 찾게 되었다. 사실 항생제 내성 세균에 감염돼 목숨을 잃거나 치명적인 후유증을 입는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의 힘을 믿어 강한 항생제를 개발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이로써멸균되는 것도 아니다. 그 항생제가 듣지 않는 다른 세균이 곧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슈퍼박테리아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아니다. 자연의 지혜인공존의 원칙을 배워야 한다. 이미 사람은 알게 모르게 세균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다. 여러 신체 기관에 살고 있는 균은 독성을 지닌 다른 세균이 침투하지 않도록 하면서 우리 몸과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항생제의 경우 공존의 방법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쓰는 것이다.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이 나타나는 속도를 늦춰 일정 기간 약한 균과 우리가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존하게 하기 때문이다.

 

생활 속 공존의 방법은 건강 유지와 위생습관이다. 몸을 건강하게 가꾸지 않으면 우리 몸에 살고 있는 세균이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것이다.